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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그 장엄한 의식에 대하여

기사입력 2015-11-2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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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v Jenkins가 제작한 토르: 다크 월드 장례식 장면의 컨셉아트ⓒkevjenkins.blogspot.com

Kev Jenkins가 제작한 토르: 다크 월드 장례식 장면의 컨셉아트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8)

 

지난 주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생전의 활동에 대해 ‘한국 민주화의 거목’이라는 평과 ‘변절자’라는 평이 공존하지만, 어쨌든 김 전 대통령의 일생이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사실만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장례 형식이 ‘국가나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했을 때’ 국가 차원에서 치르는 장례인 ‘국가장(國家葬)’으로 결정된 것도 이러한 점이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대 사람들에게도 영웅이나 왕 같은 중요한 인물의 장례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장례라는 절차와 의식을 통해 서로간의 결속을 다지고 고인의 생전 업적을 기렸다.

 

그리고 장중한 장례가 고인의 영혼이 신들의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 진정한 영원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계기라고 받아들였다.

 

이는 아마 지금보다 척박했던 생존 환경에서 산 자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어진 일애 매진하게 하는 기능도 수행했을 것이다.

 

북유럽 신화는 이런 엄숙한 장례 의식을 잘 그려내고 있는 사례 중의 하나다.

 

북유럽 신화에서 세계가 몰락하기 직전에 빛의 신인 발더가 속임수의 신인 로키의 계략에 의해 목숨을 잃는데, 신들은 발더의 시신이 실린 배에 불을 붙인 뒤 이를 바다에 흘려보냈다.

 

실제로 이처럼 죽은 자를 높은 장작더미 위에서 화장하거나 배와 함께 불태우는 것이 7세기 이후 북유럽 지역에서는 흔했다고 한다.

 

배와 함께 화장할 때 타고 남은 재를 수습해 묻었다고도 하는데, 떠내려간 불타버린 배에서 재를 다시 가져오는 경우가 얼마나 있었을까 싶다.

 

어쨌든 고대 북유럽 사람들은 시신과 장작, 배를 태우는 불길과 연기가 하늘로 높이 솟을수록 고인이 신들의 세계에서 전사로 태어날 때 더 큰 영예를 얻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장례식 장면은 워낙 인상적이기 때문에 북유럽 신화를 소재로 삼았거나 바이킹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양한 작품 속에서 다양하게 인용되곤 한다.

 

예를 들어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히어로 영화인 <토르> 시리즈는 기본적인 모티브를 북유럽 신화에서 차용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작인 <토르: 다크 월드>에서는 묘사된 여왕 프리그의 장례식 장면이 바로 그렇다.

 

어두운 밤 시신이 실린 배가 바다로 출발하고 이를 보고 있던 신들 중 한 전사가 화살에 불을 붙여 배 위로 쏘아 보낸다.

 

높이 불길과 연기를 뿜는 배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주인공들은 프리그의 죽음을 초래하고 세계의 위험을 야기한 악당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또 다른 사례는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의 반지>다. 극의 말미에 영웅 지그프리드는 죽음을 맞는다.

 

사람들은 라인 강변에 높이 쌓은 장작더미에 그의 시신을 올리고 불을 붙인다. 지그프리드의 영원한 연인인 브륀힐데도 말을 타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 함께 죽는다.

 

장례식 후 강의 요정이 지그프리드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저주의 반지를 가져가면서 전체 악극이 마무리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은 아마 <니벨룽의 반지>에서처럼 하나의 장엄했던 무대, 한 시대가 마무리되는 의식일지도 모른다. 이 의식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각자 무슨 생각을 하게 될 것인가.

 

 

최순욱

 

김선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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