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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소방교, 서대문소방서(현장대응단)

고마운 환자

기사입력 2016-05-1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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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4월, 세간은 꽃구경으로 한창 떠들썩했다.

 

그와는 관계없이 사무실에는 대원들이 전에 다를 것 없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꽃구경은 못가고 tv에 나오는 꽃구경 뉴스를 보며 대리만족은 커녕 박탈감을 느끼던 중 오토바이 구급대와 구급2소대의 출동 벨이 울렸다.

 

급하게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헬멧을 쓰고 장갑을 끼고 무전기를 켜니 구급차는 벌써 출발해 저만치 가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을 켤 시간이 없어 지령지만 앞 유리창에 끼우고 출발했다.

 

신고 내용은 안산공연장에 쓰러진 남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작년 이맘때쯤 안산 공연장을 가본 기억이 있어 희미한 기억에 의지해 오토바이를 몰았다.

 

공연장 인근에 도착하니 신고자가 손을 흔들었다. 헌데 구급차가 보이지 않았다. 구급차가 좁은 길과 인파 때문에 들어오지 못한 듯했다.

 

급하게 재세동기를 가지고 뛰어 들어갔다. 환자상태를 확인하니 다행히 호흡이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환자의 옷을 벗기고 주위를 안정시키다 보니 환자의 상태가 이상해 졌다. 점점 얼굴이 검게 변하고 호흡이 없어지는 것이다.

 

순간 머리를 번뜻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임종호흡!’

 

“아뿔싸”, 급하게 제세동기를 켜고 패치를 환자의 가슴에 붙였다. 리듬을 분석하니 제세동을 하라고 나왔다. 주위에 있는 시민들에게 물러서라고 함과 동시에 shock버튼을 누르고 흉부압박을 했다.

 

홀로 CPR을 하는데 주위 시민들이 왜 환자를 옮기지 않느냐고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등줄기로 식은 땀이 흘렀다.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혼자 심정지 환자에게 CPR을 한다는 게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왔다. 돌이켜 보면 내생의 가장 긴 2분이었던 것 같다. 2분이 끝나갈 때 쯤 2소대 대원들이 도착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2소대 대원들이 반가울 때가 없었다. 2소대 대원들과 함께 CPR을 했고 총 3회의 shock을 시행하자 환자의 맥박이 촉지되고, 자발호흡이 돌아왔다.

 

구급대원들에게 환자를 인계하고 나는 귀소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다.

 

 

‘혹시 나의 처치가 부족하진 않았을까, 내 부족한 처치로 환자의 예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까...’ 잠이 오질 않았다.

 

 

몇 시간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는데 다른 구급대원에게서 환자의 의식이 돌아왔다는 내용의 전화가 왔다.

 

보호자가 고마움에 우리대원에게 전화한 것이라 했다. 하지만 오히려 고마운 것은 나였다. 환자가 살아줘서 고마웠고 의식을 회복해줘서 고마웠다.

 

너무 고맙고 뿌듯해서 또 잠이 오질 않았다. 벅차오르는 가슴에 잠을 못 이룬 밤이었다.

 

 

《 수혜자 》 60대/남

 

 

 

김선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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